[사설] 복지 왜곡하는 행정편의주의, 더는 안 된다

입력 2017-11-20 17:35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년부터 5년간 투입될 아동수당 예산 13조4330억원 중 55.4%(7조4000여억원)가 소득상위 40% 에 배분될 것으로 전망(한경 11월20일자 A1, 3면)했다. 반면 하위 0~40%에는 19.9%(2조6000여억원)만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출산율 제고 등을 위해 내년 7월부터 도입되는 아동수당의 혜택이 저소득층이 아니라 중산층 이상에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으로, 소득재분배 효과를 강조해온 정부 설명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예산 낭비 가능성이 뻔히 예견되는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동수당은 지난 8월 정부·여당이 가계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5세 이하 모든 어린이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을 때부터 논란이 일었다. 가계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정액을 지급하는 대신, 저소득층을 선별해 혜택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반대론이 많았다. 아무리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더라도, 예산 제약과 정책 목표를 고려하면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아동수당이 도입되면 내년에는 1조5300억원, 후년부터는 매년 3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소득 파악에 드는 행정비용과 시간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행정편의주의를 앞세워, 무상급식에 이어 아동수당까지 한국만 예산 낭비가 큰 보편적 복지 정책을 고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아동수당을 먼저 도입한 영국 프랑스 일본은 보편적 지급의 문제점이 뚜렷해지자 2012~2015년 소득수준별로 차등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영국은 2013년부터 부모 중 한쪽의 연간 소득이 5만파운드(약 7200만원) 미만인 가구에만 지원하고 있고, 일본은 2012년부터 4인 가구 기준 가계소득이 1억원 이상이면 50%만 지급한다.

복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별개다. 복지예산은 진짜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제대로 지원돼야 소득재분배 효과도 커진다. 차제에 정부는 선별적 복지로 나아가기 위한 소득파악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세금이 줄줄 새는 보편적 복지를 언제까지 고집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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